피곤하네

원래 월요일은 바쁜 것이지만

그래도 바쁘지 않게 월요일을 시작하는 것이 한주동안 체력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좀 바빴다. 외래 다 끝나고 시계를 보니 12시 반이 다 되어갔다. 이상하게 환자들이 오전 10시 이전에는 거의 오지 않고 11시에 몰려서 찾아왔다. 오후에는... 수술을 하나 하고 환자 드레싱을 본다고 시간을 다 썼고. 어쨌든 원장님 입장에서는 "야 이놈 열심히 일했네" 하시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월요일을 좀 바쁘게 지내서 우울하다. 내일은 당직도 있어 체력을 비축하고 싶은데 잘 되지를 않네. 

여러모로 바쁘고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집에 가면 아내와 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능하면 아내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약간은 남을 대하듯 해보려고. 평소에 친한 전문간호사(PA)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그렇게 친절하단다. 뭐 입금을 받는 입장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집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잠시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아내와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니까 그런거겠지. 마음을 더 비워봐야겠다. 마치 남의 세상 이야기처럼, 남처럼 정중하게 대하고 아무 기대도 안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웃긴 일이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보다 남처럼 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 

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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