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트레스가 심하다

아내 말로는 며칠전에 잠꼬대를 심하게 했다고 한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봤더니 잘은 모르지만 좋은 얘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종전에 주임과장을 맡고 있던 선생님은, 정작 이 일을 싫어하면서도 누군가를 컨트롤하거나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분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다소 독단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편한 부분이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 좋았지 뭐. 
그런데... 난 날 아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권력욕 따위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데다 인간관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요즘 주임과장 일을 하는게 너무 힘들다. 낮에 하루종일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회의에 참가해야 하고 의견을 내야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고 그런 것이 힘들고 피곤하고 싫다. 그래도 요즘 입원환자도 0명이라 당분간 이 일을 계속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뭐 이것도 종전 주임과장 하시던 선생님이 의국의 재정적인 문제나 당직표 등을 대신해주고 있어 이정도라는 사실이 끔찍할 따름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과장에게 넘기고 하루빨리 방구석 폐인같은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불가능 하겠지.
최근 내가 이상하게 AliExpress에서 비싸지도 않은 자잘한 물건을 많이 주문하길래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 잠도 밤에 세 번은 깨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고, 아침에 출근해서 주차하며 차에 내리려는 순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을 봐서는 우울증이 도진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역시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다. 

어제는, 같이 근무하는 직원의 야간 수당이 조금 덜 나왔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총무팀장을 만나고 왔다. 어찌어찌 잘 해결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고작 이 금액때문에 말이 나오냐. 진짜 인간 너무하네"같은 느낌의 말을 들어서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직원의 월급은 10원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과 총무팀장의 마음이 달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욕을 먹든 말든 원하는 바를 얻겠다 생각해도 마음의 상처는 입는 듯 했다. 

잘 모르겠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데 적어도 반 년은 이대로 가겠지..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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