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회


오늘 아침에 복막염 환자가 왔다. 처음에는 그냥 위궤양 천공인 줄 알았는데 씨티를 다시 보니 S상결장 천공으로 보였다. 아무튼 힘든 수술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수술을 들어갔고, 수술소견은 직장 천공이었다.
살다살다 직장이 완전 빵꾸나는 것도 처음봤고, 빵꾸가 나서 배 안이 온통 피바다인 것도 처음봤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장태영과장님이 휴가를 낸 날이라 혼자서 낑낑거리며 수술을 했다. 총 5시간 걸렸다. 일반적인 응급수술이 Damage control을 위해 파열된 부분을 잠시 매워놓고 수술을 끝냈다가 다음에 다시 들어가 해결하는 것과는 완전 다른 초 장시간 수술이었다. 그렇다고 수술이 잘 되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장루로 장을 뽑다가 장 일부의 장막이 찢어져서 어쩔 수 없이 stoma를 넓혔고, 넓히는 과정에서 epigastric artery가 터졌는지 피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간신히 지혈하고 장루를 뽑았는데 장루 일부에서 점막 괴사가 보였다. 자주 해보지 않은 수술을 하면서 무리한 결과라고 혼자 생각했다.

너무 지쳐서 그랬을까? 이후 두 개의 수술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 수술을 하다가 쉬고 하고 쉬고 하고를 반복했다.

지금 돌아서 생각해보면 내가 조금이라도 체력이 더 있었으면 무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무리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수술 중에 두 차례 간호사들에게 짜증을 냈는데 그것도 역시 내 체력 문제가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수술이라는 것은 장시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 제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오늘 사건을 계기로 운동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참. 나 다시 금연 시작했다. 이젠 남은 담배도 없으니 확실히 끊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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