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따르르르르르르릉~!'

새벽을 알리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진우는 이불 속에서 신음을 내며 전화기를 찾았다. 잠시 찾아오는 정적. 알람이 울리기 30분 전부터 깨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침대에 누워있고 싶은 마음에 몸을 뒤척이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이젠 할 수 없었다.

"젠장... 정말."

진우는 한숨을 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한 지 벌써 10년째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지치고 힘들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대로 20년 30년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가 있나. 진우는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직장까지의 거리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였고, 새벽에 일찍 출발하면 그리 막히는 길이 아니었지만 조금만 늦어도 금방금방 차가 막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일찍 출근하게 된 것이었다.

"하아..."

진우는 한숨을 쉬며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했다. 요즘들어 유독 아침에 피곤을 느끼는 터라 나도 모르게 잠들까봐 손바닥으로 다리를 탁탁 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전 신호등을 잠시 기다리며 자꾸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려고 노력했다. 자꾸 주위가 조용해지고 잠이 들 것 같아 마음속으로 안됀다 안됀다를 외치며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눈은 감겼고, 진우는 잠시 그대로 졸아버렸다.

 

진우는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어......?"

이상했다. 분명히 아침 출근을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고,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살펴본 주위의 풍경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진우는 큰 나무들로 우거진 숲 속에 누워 있었고, 조금씩 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푹신한 촉감의 잔디. 그리고 야외에 나갈때나 느낄만한 풀내음에 진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미쳤나? 아직 꿈인가? 어.... 응..?"

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되뇌였고 잠시 앉은 상태로 있다가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섰다. 여긴 분명히 숲속이었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지? 어제 먹은 술이 술이 아니라 마약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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