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26분

집에 갈 것을 생각하니 또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 가서 딱히 할 일도 없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은데 신경써야  할 사람이 두 명이나 된다.
빌어먹을.
그렇다고 가서 술을 마셔버리기에는 돈이 없다. 어쨌든 맑은 정신으로 밤 12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 며칠간 열심히 읽었던 천체관측 책도 다 읽어버렸고 이제는 무슨 말인지 다 이해가 되어서 딱히 다시 읽을 필요도 없다. 그나마 하나 기대할 만한 것은 오늘 도착예정으로 되어있는 책 세 권인데 그 책이 올때까지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가면 그런 일이 없으니까 우울하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고민을 나눌 상대도 없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있고 가족이 있는데도 난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다. 이 거대한 세상에 나홀로 던져진 느낌이라고 할까?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불편하게만 만드는 두 사람이 있어서 집은 더 싫은 공간이 되었다. 예전에 내가 집에 들어가면 느꼈던 답답함. 그 답답함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서빨리 카메라와 장비들이 도착하면 좋겠다. 밤하는 사진찍는다는 핑계로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싶다. 정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밤하늘이나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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