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혼의 단계를 거치는게 아닐까

아내가 더 이상 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난번 내가 심하게 화를 내고 나서의 아내 표정이 잊어지지 않는다. 왠지모를 표정으로 찡그렸던 그 얼굴을 요즘 아내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무엇인지 조금 이해가 된다.

정나미 떨어짐

딱 이 말이 맞는 말 아닐까 싶다. 요즘 내가 무얼 사든, 무슨 말을 걸든간에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고, 텔래그램으로 이야기를 해도 짧은 단문의 대답만이 돌아온다. 내가 조금 감정을 드러내서 이야기를 해도 별다른 반응없는 대답이 돌아오고, 집에서 얼굴을 맞대려고 하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라 진짜 마음이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마음이 식었다는 것은 느껴진다.

그저께는 가족들 먹으라고 냄비밥을 한 후 냉동실에 넣어두고 냄비에 남은 밥으로 숭늉을 끓여둔 후 아내에게 아침에 데워 먹으라고 문자도 남겼는데 대꾸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 숭늉은 어제 퇴근해서 보니 식탁위에 그대로 있었다.

내가 싫겠지. 자신의 삶의 틀을 자꾸 흔들려고 하고, 집에서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으며 하는 것도 없으면서 (아이의 교육이나 기타의 것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도 않으면서) 미친듯이 화를 내고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소리치니 말이다. 아마 살면서 처음 당해본 일일 것이고, 그래서 더욱 불쾌하고 싫은 일일 것이다.

나...? 나는 그래도 아내이고 아이라고 조금이나마 관계를 개선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당신도 직장에서 돈을 벌고 있고 나도 직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나만 집안일에 신경을 써야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고치도록 노력해야 하는지 전혀 받아들일수가 없으니까. 심한말로 그냥 이대로 주욱 나가면 마음은 많이 아프겠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바람을 피우거나 엉뚱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에 대한 정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데 그런 짓을 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아내 본인이 달라지지 않는 한 나 역시 아내에게 한발짝씩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힘든 삶을 살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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