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봐

아침에 또 Crosshair 아이피스를 주문했다.
그리고나서 재정상태를 보니 천문질에만 70만원 넘게 썼다. 11월달에 말이다.
10월부터 지금까지 사용한 돈이 440만원이나 된다. 진짜로 한달치 봉급이 다 날아가고 있다.
뭐 사실 이제 남은 것은 Deep sky촬영용 냉각 CCD라든가 오토가이더 같은 제품이라 당장 구입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튼간에 어마어마한 돈을 써버렸다.
원래 한달 용돈은 90만원으로 책정해서 40만원만 사용하기로 하고 50만원씩 매꿔넣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해도 10달이 걸려야 모든 돈이 10월 초순의 상태가 된다. 다 알고 있지? 내가 무슨 짓을 어떻게 하든 이미 써버린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 어쨌든 지금 계획은 이러하고 나는 돈을 아껴야 한다.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중에는 지하철 출퇴근도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한 달에 40만원 가까이 나오는 주유비가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저런 짓들을 해도 제대로 돈이 정리가 안되면 지하철 출퇴근과 주차비 제거도 고려해야겠다.

이 정도 쓰니까 정신이 든다고 해야하나...?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글을 보니 어느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은 여행이라든가 먹는 것을 통해 자신의 행복감을 찾고, 재산이 적은 사람은 무언가를 구입함을 통해 행복감을 찾는다는데, 난 후자에 속하나보다.
모르겠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해도 아무 생각이 안 들 뿐이다.




어제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식사를 준비해 줬는데, 그러는 와중에 나눈 대화 때문인지 기분이 언잖아 보였다. "집에 고기가 많았는데" 라고 하기에 "무슨 고기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 봉지에 쌓여 있는걸 알 수 없지 않나"라고 했더니 직접 꺼내 보여주며 "여기 이렇게 있다"고 했다. 뭐 내가 제대로 못 본 거겠지만 이미 그때 기분이 상했던 것 같고, 식사하면서 아이가 오징어 젖갈을 뒤적이길래 "식사할때 음식 뒤적이며 먹는 것 아니다"고 했더니 아이와 엄마 둘 다 기분나빠 하는 것 같았다.
어찌해야 하는 걸까? 이제는 아이가 아무리 지저분하게, 식사예절 못 배운 것처럼 먹어도 그냥 무시하고 아무말도 안해야 하는 걸까? 아이는 이미 내게 인사도 안하고 아는 체도 안하고 있는데 아내는 그걸 무시하고 있다. 나역시 그런것까지 따지고 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아예 말을 안하고 있는데 진짜 이대로 가면 아이가 사춘기 접어들면 서로 말 한마디 조차 하지 않고 지내게 될 것 같다.

그냥 모든걸 포기하고, 모든걸 잊고 완전 남인 것처럼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일까? 이미 우리집은 가풍 자체가 아내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고 청소도, 빨래도 아무도 안하고 설거지도 잘 안하고, 아이가 방을 어질러도, 숙제를 제대로 안해도, 주중에 티비를 보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이게 조씨 일가의 가풍이고 아내는 눈꼽만큼도 우리집의 분위기를 따를 생각이 없어보이니까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지금 이 상태로 고착이 되겠지. 내가 뭐라해도 아내는 아이 편만 들고 있으니 아이 교육은 이미 끝난 것 같고 난 돈이나 벌어오는 기계가 된 것이 확실해 보이니 아이도 우습게 보는 거겠지.
이미 딸아이의 잘잘못을 가지고 따진다거나 뭐라고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어제는 괜히 한마디 했다가 미움받은 것이고 말만 하면 '무서운 아빠', '잔소리 많은 아빠'가 되는 현실에서 내가 딸아이 교육을 신경쓴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니까.

어디서 무얼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자유방임에 기본적인 생활습관도 못 가르치는 형태가 아내의 교육 철학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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