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너머에선 행복하게 사셔요

날 최근까지 많이 고생시킨 환자가 하나 있었다. 다른것을 다 떠나서 환자 자체가 이야기가 안 통하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는 분이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다 보니 치료와 관리가 전혀되지 않았고 결국에는 자퇴하였다가 혈변을 보며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내과는 자기네 과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보호자도 없고 이야기도 통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진에게 지극히 공격적이었던 환자는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위장관 출혈.

어떻게 피가 나는 위치는 찾았는데 내시경으로 지혈이 안되었고, 혈관조영술로는 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여 또다시 공중에 붕 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어제 저녁에 마지막으로 내과 과장님과 통하하면 잔뜩 혼난다음 더 이상의 수혈은 중단하기로 혼자 결심했다.
그래서인가...? 아침에 출근하는데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심박수가 급격히 느려지며 심정지로 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평소와 달리 혈색소 수치도 Hgb 6.3정도였는데 갑자기 심장이 멈춘 것이었다. 5분만에 도착했고 심폐소생술은 15분 가량 했으며, Asystole이 계속되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결론짓고 사망선언을 했다.

지금도 내가 환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았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든 그건  나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난 판사가 아니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의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평가를 하고 앞으로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지 예측해서 이 사람에겐 요만큼의 치료만 해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에겐 그런 권한이 없고, 그런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연고자가 단 하나도 없는 환자에 대해 귀하기 귀한 피를 계속 수혈해가며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계속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지금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어쩌다보니 수술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내과환자를 끌어안고 있었던 내게는 나름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잘 모른다. 그 분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쩌다 홀로 떨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론 미안하기도 하고 살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도 많지만... 이미 강은 넘어버렸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부디 그 강 너머에선 행복하게 사세요' 정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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