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이상한 날이었다

어제 하루동안 수술 6개를 예약했고 입원을 4명 시켰다


1년에 한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나 보다. 외래환자라고는 고작 11명이 다 였는데 그 중에 절반이 수술이 필요한 환자거나 수술을 원하는 환자였고 그렇게 스케쥴을 잡다보니 여섯건이나  수술이 잡혔고, 맨날 병실없다고 난리인데도 환자를 네 명이나 입원시켰다.

그 중에 특징할만한 건은... 어제 새벽에 연락없이 밀고 들어온 환자였다. 직장에서 불이나 다쳤다고 하는데 소견서에는 총체표면적 30%라고 적혀있었다 하고, 응급의학과 선생은 15%로 판단했다. 그리고... 15%는 중증화상이 아니니까 일반병실로 입원했다는데 오전에 상처를 전부 열어보니 43%였다. 네... 43%. 앞의 두 의사가 전부 틀렸고 환자는 중증화상에 기저질환도 고약한 것을 가지고 있어 중환자실 건수였다. 소독을 마칠때 즈음에 급하게 보호자에게 설명드리고 환자를 집중치료실(중환자실)로 옮겼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는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화상을 자주 보는 의사가 아니라면 학교다닐때나 배웠을 '9의 법칙'만 알고 있을게 분명하고 당연히 오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응급실 의사의 계산 오차가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그날 당직이었던 우리과 전문의 선생이 '드레싱이 풀린게 아니라면 굳이 열어보지 말고 입원시켜라'고 했다고 한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좋은 일이었을 것이고, 지시사항이 있으니 그대로 따른 것이라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두 건의 오차로 인해 환자는 일반병실로 올라왔고, 총체표면적을 잘못 계산했으니 당연히 수액이 조금 들어갔을 것이고 이로인해 사망위험율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환자의 입장만을 보면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쩝...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고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직 외과의는 나 배려한다고 전화하지 않은 것이고, 응급실 전문의나 전공의들도 환자 본다고 정신이 없으니 현재와 같은 인력으로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인력 증강을 말하기도 조심스러운게 1년에 나 혼자서 몇 억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 말이다. 최근 발표한 신DRG때문에 그냥 생돈이 나가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여러가지로 속상한 일이 많지만 그냥 참는 능력이 생겨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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