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S-12A 석유버너 사용

날씨가 많이 추워지면 가스버너는 고철이 됩니다


아주 높은 산을 등반하시는 분이나 저처럼 추운날씨에 캠핑을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의 친구 가스버너는 고철이 됩니다. 뭐 가스버너 자체가 고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탄가스나 이소부탄(LPG)가스가 충분히 기화되지 못해 가스가 버너로 액체상태인 채로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불 쇼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불이 꺼져버리게 됩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기온은 영하 2°C 정도로 생각보다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 선택지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캠핑이나 등산을 가지 않는다

  2. 액출버너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3. 오일버너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전 여름이 싫은 동물이라 2번과 3번의 선택지가 있었고, 그 중에 3번을 선택했습니다. 왜냐고요?
액출버너가 비싸니까요 ㅎ
잠깐 이 동네에 대해 모르는 분들께 설명을 드리자면, 액출버너는 말 그대로 액체 상태의 부탄가스나 이소부탄을 버너의 열을 이용해 가열시켜 기화시킨 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날씨가 추운데 무슨 기화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버너의 연료파이프가 화구 위를 지나가게 만들어 화구의 열로 능동기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초기 점화를 가스를 통해 한 후 연료 파이프가 달아올라 내부 기화가 가능해 지면 가스통을 거꾸로 뒤집어 액체상태의 연료가 나오게 합니다. 이런 제품의 일반적인 특징은 평소에는 고화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일반제품보다 연료가 많이 나오니까) 추운 날씨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초기에 충분히 연료통을 데워서 어떻게든 초반 가열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요.

액출버너와 달리 오일버너는 보통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정식으로는 화이트 가솔린이라는 가솔린을 더욱 정제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등유(Kerosene)이나 디젤유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연료가 얼지 않는 상황이면 기온이 몇 도가 되었든 무조건 작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동 원리는 액출버너와 동일하게 화구의 열로 석유를 가열하고, 가열된 석유가 기화하며 연소하는 방식입니다.
전 국내 제품이 너무 비싸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유명한 BRS-12A라는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이 제품은 화이트 가솔린, 등유, 디젤유까지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BRS-12A

제품은 버너 본체와, 수리용구, 그리고 깔대기가 전부 입니다. 아마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써 본 적이 있으실 테지만 척 보자마자 '아 손이 많이 가던 그 버너!' 하실 겁니다.
실제 사용과정을 보시겠습니다.

우선 연료를 충전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하 40도에서도 발화되는 화이트 가솔린은 폭발 위험성이 있고 난로와 연료 호환이 되지 않아 그냥 등유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을음이 좀 생기는 단점이 있지만 버너가 고장나면 버려버리거나 자가 수리를 하겠다는 심산으로 등유를 넣었습니다.
등유를 넣으실 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꽉 채워 넣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보통 200~300mL만 넣고 옆에 설치된 압축기로 30~40회 압축을 해줍니다.

벨브를 잠그고 압축기가 뻑뻑할 때까지 공기를 넣습니다

압축을 충분히 했으면 약국에서 산 알코올을 가운데 쟁반처럼 생긴 곳 바로 아래의 연료 배출구에 충분히 뿌려주고 라이터로 불을 붙입니다

이곳 저곳 축축하게 알코올이 적셔졌습니다

주의하실 점은, 알코올은 화염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기운이 들면 이미 불이 붙은 것입니다. 아니면 얇은 휴지 한장을 갖다 대어서 불이 붙는지 확인합니다. 저의 경우는 그냥 손으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아직 버너 초보라 알코올을 좀 많이 사용했는지 불이 가열차게 나고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등유를 사용하신다면 알코올을 조금 넉넉하게 뿌려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화이트 가솔린을 사용하신다면 굳이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고, 연료벨브를 조금 열어 연료가 새어나오게 한 후 벨브를 잠그고 불을 붙이셔도 됩니다. 화이트 가솔린은 정말 끔찍하게 불이 잘 붙거든요.

알코올이 열심히 타다보면 알코올의 물 성분이 끓으며 불꽃이 튑니다. 화상 안 입게 주의하시고요, 알코올이 거의 사그라 들 때 즈음에 벨브를 살살 돌려 열어줍니다

아주 환한 불빛이 팍! 하고 나오면 불이 붙은 겁니다

키이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등유에 불이 붙으며 환한 불길이 보입니다. 이 상태에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앗싸 붙었다' 하며 벨브를 열어봤는데 아래와 같은 불 쇼를 했습니다. ㅠㅠ


으음.. 아무래도 기화가 덜 된 것 같아서 좀 기다렸습니다. 몇 분 정도 기다리니까 불이 안정이 되어 영상에 보이는 펑펑 하는 불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라면을 맛나게 끓여 먹었죠. ㅎㅎ



소감

  1. 일단 사용과정이 복잡합니다
    연료를 절반 정도 채우고, 압축을 하고, 알코올을 따로 가지고 있다 붓고, 예열하고, 그리고 기화가 충분히 될 때까지 압축기를 몇 번 더 눌러주거나 벨브를 조절해야 합니다.
    대충 5분~10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2.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키이이잉~ 또는 비행기 소리라는 특유의 소리가 납니다. 이건 연료 파이프에서 기화된 가스가 배출구를 통해 뿜어져 나올때 나는 소리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들었습니다.

  3. 코펠에 그을음이 생깁니다
    등유나 디젤유를 썼을때만 이렇습니다. 화이트 가솔린은 이런 일이 없습니다. 물론 더 '위험한' 연료인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튼 코펠의 궁둥이에 그을음이 생기기 때문에 잘 닦아줘야 합니다.

  4. 석유냄새가 납니다
    이것 역시 화이트 가솔린이 아니어서 그런건가 싶기는 하지만... 연료가 타면서 석유냄새가 좀 납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싫은 사람은 싫어하니까요.

  5. 사용 종료 후 가스를 빼줘야 합니다
    버너가 충분히 식으면 연료 주입구를 위로 오도록 기울여 마개를 조금 풀어줍니다. 압축된 공기가 빠져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도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화력은 생각보다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하 10도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추운날씨 캠핑에는 정말 믿음이 갔습니다. 왜냐고요?
아아.. 지난번 캠핑때 가스버너가 제대로 작동 안해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ㅠㅠ 물론 텐트를 다 치고 든든한 난방기 (난로)로 실내를 충분히 데운 후(그래봐야 18도 정도입니다) 상온과 같아진 가스버너를 쓰시겠다고 그것도 좋습니다. 굳이 고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장 급하게 더운 물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동계캠핑을 생각하신다면 꼭 하나는 준비해서 가시길 권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버너는 꼭 예비가 있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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