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海道

보통 아내님이 1년치 일정을 전부 정해 놓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바쁜 시기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뭐, 이 시기에 갑자기 중환자가 늘어난 것은 아내의 잘못이랄 수도 없고, 내 잘못일 수도 없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을 때름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일들을 겪은 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여행을 떠났다.

아내와 나 둘 다 자유여행만 다니는 편이고 뭘 길게 고민해서 일정을 짜는 스타일이 아니라 대략적인 일정만 짜놓고 움직이기로 했다.
첫날은 렌트카를 타고 노보리베츠에 가기로 했고, 둘째날은 후라노쵸와 다이세츠산, 그리고 셋째날은 오타루시를 가기로 정했고, 관광 사이트 몇 개에서 꼭 보라고 하는 스팟을 대충대충 가기로 했다.

노보리베츠 지옥온천 
Shot with DXO ONE Camera

지옥온천 또는 지옥 골짜기라고들 하는데, 골짜기 하나가 지열에 의해 나무도 자라지 않고 황이 잔뜩 뒤덮여 있는 형태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황 특유의 달걀썩는 냄새가 가득했다.
딸아이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가지고 갔는데 이런 상태였다

 



이것 말고는.. 음.. 위험천만한 국도를 뱅뱅돌아 올라가 오유누마(大湯沼)라는 호수와 쿳타라코(俱多楽湖)라고 부르는 호수를 구경하고 왔다. 뭐 원래는 쿳타라코를 보러 가는 것이었는데, 도중에 오유누마가 있었던 것 뿐이고, 정작 쿳타라코는 나무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물론 호수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위치도 있기는 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오유누마

쿳타라라는 곰이 물을 마셨다는 호수. 동심원의 칼데라 호수이다. 
그런데.. 전망대를 설치해 놓은 곳 조차 국립공원 안이라 나무를 잘라놓지 않으니
시야가 이것밖에 나오지 않았다.

후라노 비에이. 그리고 다이세츠산(大雪山)의 아사히다케(旭岳)
원래는 6월 정도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 정해진 일정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노보리베츠에서 대략 3시간을 운전해서 후라노 지역을 갔고,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평야와 구릉이 잔뜩 있었다. 아직 모내기가 한창이었고, 꽃밭은 꽃이 피지 않아서 녹색으로 가득했다.

Shot with DXO ONE Camera

Shot with DXO ONE Camera


마지막 사진은 아오이이케(青い池)라고 부르는 연못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멀쩡히 흐르는 물에 둑을 만들어, 물이 고이다 보니 썩어서 저렇게 푸는색이 되었다고 한다. ㅡㅡ; 뭐 사진에서는 그렇게 파랗게 보이지 않는데 계절에 따라 색이 짙어졌다 옅어졌다 하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Shot with DXO ONE Camera


셋째날 아침에 다이세츠산(대설산)에 올랐다. 2,200m가 넘는 산이라고 하며 활화산이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도착했을때도 봉우리 근처에서 김이 다섯 줄기 정도 올라오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아사히다케(봉우리 이름) 주위에 눈이 녹아 작은 연못처럼 된 것인데, 사진 위쪽에 까만게 사람이다. 사진이라도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함이라는게 있더라.. 그리고 내 키만큼 쌓인 눈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지도 깨달았다. 등산용 안전봉이 주위에 박혀 있었는데, 잘 보니 눈이 다 녹았을 때 박아놓은 안전봉은 머리 끝만 보이는 상태였고, 그 위의 눈에 안전봉을 추가로 박아 놓은 것이었다. 결국 좋다고 내가 걸어다니던 모든 땅이 전부 눈덩이었다는 사실.


오타루(小樽)시

다시... 3시간 좀 넘게 운전을 해서 삿포로의 베드타운인 오타루에 도착했다.
오타루는 그냥 작은 도시였고, 운하와 르 타오(Le TAO),그리고 로이스 초콜릿(Royce)같은 매장이 있었다. 그것 말고는 오르골 매장과 기타이치 유리공방이라는 곳이 있었다.
딱 가로 300m x 세로 1km정도의 블럭 안에 볼만한 것들이 전부 들어 있었다.
도시는 뭐... 다 똑같으니 사진은 그다지 찍지 않았다.


운전을 정말 많이 했다.
홋카이도는 세계에서 21번째로 큰 섬이고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3/4정도 된다고 한다. 첫 날에 자동차를 렌트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운전하고 운전하며 돌아다녔다.
개인적으론 세계 어느 도시를 가나 도시는 도시일 뿐이라 흥미를 잃은 상태이고, 먹거리는 아내와 딸아이가 워낙 음식을 가리는 편이라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결국 경치,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아이누 일족의 생활상을 담아놓은 박물관 같은 곳도 가보고 싶었는데 그건 하지를 못했다.
과거에 워낙 탄압이 심해서 500만 홋카이도 주민 중에 50,000에서 20,000만이라는 이상한 통계밖에 나오지 않는 아이누들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너무 큰 바램이었나 보다.
뭐 다음에 가게되면 그때는 박물관이라도 가야지.


다른거 다 떠나서... 조용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늦봄의 홋카이도를 추천하고 싶다.
하와이랑은 또 다른 느낌의 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 꼭 말하고 싶은 것은, 해산물이나 음식이 맛있는데 대신 무지하게 짜다.
짜고 짜서 너무 힘들었다. 나도 싱겁게 먹는 편은 아닌데 모든 음식이 짰다.
만약 나처럼 호텔 조식/석식을 먹는다면 꼭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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