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어제 조금 무리를 했다

원래 어제 수술은 오후에 한 건이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응급실에 두 명의 환자가 와 있었다.
한 명은 전기화상 환자로 지방에서 다친 후 연락도 없이 우리 병원에 보내버린 환자였고, 다른 한 명은 위장에 구멍이 나서 복막염이 된 환자였다.
복막염 환자는 당장 구멍이 나서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는 있었지만 어차피 오전중에 수술을 하면 되어서 전기화상 환자를 봤다. 상처를 전부 열어 확인을 했는데, 발가락 네 개가 색깔이 변해 있었다. 감전에 의해 완전히 타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 조직이 심하게 부으며 혈액순환이 안되어 천천히 괴사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구획증후군이 강하게 의심이 되어 응급수술을 위해 정형외과를 호출했다. 환자 상태를 본 정형외과에서는 근막절개술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우리병원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어쩔 수 없이 인근 수지접합 전문병원에 연락을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잠시 후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근막절개를 할 건은 아닌것 같다는 것이었다. 응? 환자는 내가 보고 있는데?
그래도 내가 판단했을때는 꼭 한번 시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했더니 수술일정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우리 병원에서도, 그리고 믿었던 인근 병원에서도 어렵다는 답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응급환자 이송센터에 연락을 해서 근막절개가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했다. 약 5분이 지나 화상전문병원 한 곳에서 환자를 받겠다고 연락이 왔고 환자 보호자와 환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원을 보냈다. 그리고 난 오전에 복막염 수술을 했다.
우스운 것은 직원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어서 아침 식사도 안하고 물 한 방울 안 먹은 채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술이 끝날 때 즈음 온 몸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수술을 했고.

그냥... 지치고 힘들고 짜증이 좀 났다.
알다시피 내 전문분야는 화상인데, 내 전문분야 환자는 내가 못 보고 다른병원 전원보내고 엉뚱한 환자만 수술하게 되다니. 그냥 이 상황이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모자라 당분간 이런 일이 계속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병원의 본사에서 연락올 것 같아 원장님에게 보고는 했는데 그렇다고 당장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냥 또 참으면서 지내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근막절개를 배워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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