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월요일

어렸을 때는 팔방미인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큰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뭐든지 잘 하는 사람은 부러워 보였으니까. 그리고 내 성격도 하나를 깊게 파는 것보다 이것 저것 들쑤시고 다니는 쪽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팔방미인이 되고 싶다’는 모호한 꿈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초/중/고등학교 동안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냥 학교 다니며 열심히 공부만 했지.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이것저것 손을 댄 것 같다.

지금… 이 나이가 되니까 그냥 부끄럽기만 한 과거사라고 하겠다.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고, 어느것 하나 전문가 수준으로 익힌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저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아는 수준이고, 그저 전문가가 뭐라뭐라 이야기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어디 나가서 자랑할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존재한다. 흔히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고, 결국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그 분야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없는 수준이기에 의미가 없고, 그 분야의 최신지견을 완전히 습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게 현대사회이다.

팔방미인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지금… 누가 나에게 “넌 뭘 잘하니?” 라고 물어본다면, “화상과 탈장을 잘 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것 말고 다른 모든 것들 – 외과의 다른 수술, 취미인 천체사진, 일본어, 컴퓨터 코딩, 기타등등-은 그저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았고 현대사회에 팔방미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는 뭐든지 ‘융합’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것도 말 뿐이고 결국에는 자기분야 잘 아는 사람이 유리했다. 하나라도 똑바로 할 줄 알면 먹고살 수 있지만, 어느것 하나 특출난 것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게 세상인 것 같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몇 자 적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