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정리

이사는 빨라야 내년 2월입니다 


사실 정식 계약 만료는 4월달이니 아직 열 달 가까이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대치동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짐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지난주부터 짐을 버리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그다지 많이 버리진 못했는데, 이번주에는 옷 정리도 전부다 했고, 오늘은 벽장과 책상 서랍, 그리고 프린터 주위의 짐들을 모조리 꺼내 정리했습니다. 간간히 당근마켓이라는 곳에 물건도 올려서 팔고 있지요.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짐을 버렸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대학생때 찍은 사진입니다. 자화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대학생때는 필름 카메라에서 DSLR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저 사진들은 니콘 FM2로 찍은 것들입니다. 지금 봐도 전 참 사진을 못 찍습니다 ㅎㅎ 
아무튼 20년 가까이 버리지 못하고 놔두었던 대학생 시절의 사진들을 절반정도 버렸습니다. 아직 장기보존용 박스에 들어있는 사진들이 있지만 어쨌든 절반이나 버린 것입니다. 버리면서 대학생때 동기들 얼굴도 보고 제 첫사랑이었던 사람 사진도 깔끔하게 버렸습니다. 다음주에도 여유가 있으면 또 짐을 버릴 생각입니다. 

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미련과 욕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에 얽매여 헤어나오질 못하는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혹시라도 쓸 일이 있을때 아깝지 않을까, 누군가 내게 와서 과거의 사진을 달라고 하면 줄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게 낫지 않을까 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때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사진찍기라는 취미에 대한 미련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제가 죽고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어떤 인간종 개체 하나의 일생일 뿐인데요. 심지어 제 자식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죽어도 

사실 전, 아니 얼마전에 마지막 남은 조부모이신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90은 채우지 못하고 가셨지만 정말 아무 병치레 없이 그대로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그때부터 전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하는 일이 워낙 사람들의 죽음과 가까이 있는 것도 있기에 평소에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자주 했지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아.. 이제 다음 차례는 부모님, 그리고 다음 차례는 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일반적인 순서는 이렇게 되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오래 보관할까?"라는 질문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죽는 순간 먼지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로 고민이 바뀌었습니다. 그저 깨끗하게, 못 받은 돈, 못 갚은 돈 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죽습니다

진시황조차 이기지 못한 것이 죽음입니다. 필멸자의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사실 담담하게 죽음 앞에 설 수 있기위해 한참 젊은 지금부터 죽음을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인간은 없거든요. 

뭐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방금 전까지 테이프 레코더(LTO-5)로 천체사진 찍은 것을 백업했습니다. 방금 다 끝나서 테이프가 나왔네요. 
참 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묘한 상황이지요. 그래도... 부모님 다 보내고 아내까지 보낸 후 깔끔하게 별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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