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진짜 "마가 낀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우선, 어제 수술 잘한 할아버지 환자가 소변을 못 봐서 소변줄을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변줄을 넣은 상태로 섬망증상이 나타나 넣은 소변줄을 억지로 잡아 뽑았고, 그로 인해 피가 줄줄 났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도 완전히 정신이 맑아지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하고 소변 문제로 비뇨기과 진료와 신경과 진료까지 봤다고 했다. 
최근 거실의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확인을 했는데, 윗집 변기의 하수가 새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일단 새는것은 해결하기는 했는데, 지난 일요일에 다시 방문해서 뒷처리(배관을 보온제로 감싸는 일)를 해준다고 해놓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늘 내가 출근을 안하는 날이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는데 열 통이 넘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결국 직접 찾아가 문제를 이야기 했다. 분명히 담당자가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오후 두 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었고, 관리사무소에 다시 전화를 하니 옥상에 누수가 발생해서 오늘 못 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보온제를 사놓았느냐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폭발했다. 천장의 누수는 기본적으로 윗집이 100%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데 나에게 재료를 준비하라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초기부터 인수인계가 안되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다 일요일에 뒷정리 해준다고 해서 약속도 취소하고 기다렸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안 와버렸고. 진짜 오랫만에 큰 소리를 낸 것 같다.  
세번째 사건은 보다 금전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 일이었다. 중국에서 천체사진용 카메라를 주문한 것이 있었는데, 페덱스에서 통관업무를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 원하는 대로 다 보내줬더니 상품에 같이 붙어온 청구서와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난 것이었다. 거의 90%를 깎아서 썼더라. 그것 때문에 한-중 FTA 원산지 증명서와 진짜 가격이 적힌 청구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판매사에게 이 이야기를 설명하고 서류를 요청하니 못 주겠다고 했다. 일단 디지탈 카메라 계열이라 관세가 없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한-중 FTA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하지 못하니 관세가 붙을 것 같아 속이 쓰렸다. 
네번째 사건은 어제 카페에 적은 글이었다. 점심때 메일이 와서 봤더니 내가 적은 글이 개인정보 문제로 감춤처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Light pollution map에 나와있는 대한민국 거의 전 지역의 광해를 측정한 분에 대한 글이었는데, 나도 적고나서 느낌이 싸했는데 결국 본인이 신고했는지 다른 분이 신고했는지 아무튼 신고당해서 감춤 처리가 된 것이었다. 일단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버린 것 같아서 그 분에게 쪽지를 보내 사과드렸다. 그런데 아직도 읽어보지를 않고 계시다.
마지막 문제는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전라도에서 감전된 환자가 올라와도 되냐는 것이었는데 초기에 전화를 받은 선생님이 다시 확인해 보니 완전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전원문의가 온 것이었다. 거기다 수상후 이미 2시간이 지났는데 서울까지 오면 7시간은 걸릴텐데, 중간에 상태 나빠지면 발가락 한 두개 자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발목을 잘라야 해서 오늘 응급실 콜을 받은 과장님과 한참 이야기를 했다. 
가뜩이나 요즘 기분도 안좋고, 어제는 거의 두 시간밖에 자지를 못해서 신경이 날카로웠는데 정말 엉망인 하루였다. 
집에서 쉬고는 있는데 전혀 쉬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정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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