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영 좋지 않다

어제는 당직이었다

오전에 수술을 하나 했고, 전문의 한명이 휴가를 가서 외래가 빵구 났길래 그걸 대신 봤다. 그리고 맹장염 환자가 있어서 밤 11시 즈음에 수술을 했고. 그냥 평범한 당직의 하루였다.
오늘 아침이 되었고 오전에 환자 드레싱을 같이 한 후 응급실에 신환이 와서 그 환자 드레싱을 해서 입원시켰다. 사고가 하나 있었다면, 응급실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는 정도. 

화상 환자 드레싱할때 쓰는 화상시트가 없냐고 열 번을 물어봤는데 드레싱을 도우러 온 간호사도, 그 간호사를 도우러 온 간호사도 묵묵무답이었다. 모두 벙어리도 아닌데,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말만 하면 되는데도 아무도 대답없이 처치실 수납장을 뒤적뒤적하다 한명은 나가버리고 나머지 한 명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무 이해가 안가고 화가나서 처치실에 나와 스테이션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드레싱 다 끝나고 나중에 내 방에 올라와 응급실에 전화해서 책임간호사에게 소리질러 미안하다 했더니 계속 한다는 말이 상처 받았다, 상처 받았다... 애초에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보면 찾아보겠다, 없으면 없다, 모르면 모른다 말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벙어리를 간호사로 채용한 것도 아닌데 대체 뭘 어떻게 교육을 했으면 물건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 모른다 말도 못하는 것일까? 잘못 말하면 죽인다고 내림갈굼이라도 했나? 지금까지 물건 없다고 화를 낸 적도 소리를 지른 적도 없는데 나라는 인간이 무서워 쫄아서 말도 못했다고 한다면 개소리라고 할 밖에. 정말 뭘 어떻게 교육해서 그런건지, 응급실 분위기가 어때서 그런건지 이해할 수 없다. 
뭐 이렇게 난 또 응급실에서 이상한 인간이라고 소문나겠지 뭐. 이젠 생각하기도 귀찮고 그저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신경썼는데 이제는 다 의미없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것도 그렇고... 그냥 피곤하고 지쳐있는 것 같다. 날씨도 안좋아 바람을 쐬러 나가지도 못하고, 술 마시면 체중이 자꾸 늘고, 집에서도 우울하고... 아마 장마철이라서 그런거겠지? 조금 더 참고 기다려 보려고 한다. 어차피 시간은 가는 것이고 시간이 가면 날씨도 좋아지고 나도 탈출구가 생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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