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혼잣말

사실 나 사진 못 찍는거 알고 있다


비밀은 아니고, 그냥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한 20년 정도 된 것 같네. 남들보다 노력해도 좋은 사진이 안나오고 신경써서 찍어도 구도가 항상 똑같더라구. 거기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 빛을 잘 못써. ㅋㅋㅋ 

이걸 잊고 있었는데 요즘 천체사진 찍으면서 다시 생각나더라구. "아.. 나 사진 잘 못찍었지." 

뭐랄까... 남들과 같은 센스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 처음에는 내 장비가 시원찮아서 그런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애초부터 난 사진을 잘 못찍었더라구. 그나마 이번에 천체사진 찍으며 많은 공부를 했지만 그래도 잘 안되더라.. 어쩌면 내가 특정 필터 같은 것에 자꾸 집착하는 것도 이런 약점을 해소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아. 
뭐 그렇다고 해서 천체사진에 실망하고 포기하고 그런건 아니야. 종종 말하지만 진짜 잘 찍는 사람은 돈을 받고 찍거나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있으니까. 난 그냥 아마추어니까 적당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사실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나도 사람이니까 남들처럼 잘 하고 싶고 좋은 결과물을 보며 뿌듯해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조금 기운빠질때가 많은 것 뿐이지. 그나마 한가지 날 붙잡아주는 것은 "계속 신경써서 하다보면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랄까? 그리고 천체사진은 일반 사진하고 다르게 다소 과학적이라 특정 규칙만 잘 지키면 중간은 간다는 정도. 그리고 난 아직 그 규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뿐이고. 

이번 주말도 온통 비 소식이 있더라.
그리고 이번에 필터휠을 또 다시 바꿔야 하나 고민중이야. 난 2인치 필터휠을 쓰는데, 총 일곱가지 필터를 앞으로 쓰게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제일 좋은 것은 2인치 5포지션 필터휠을 두 개 장만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그건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총 7가지 필터를 쓰게 된다는 가정하에 2인치 7 포지션 필터휠을 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L R G B UHC-S H𝛼 Oiii 이렇게 말이야. 며칠동안 시간 날 때마다 찾아봤는데 Sii는 H𝛼와 대역이 비슷해서 잘 안쓰는 것 같고 광해가 꾸준히 있는 지역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이 정도 갖추면 더 이상 필터를 장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더라구. L필터랑 UHC-S가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L필터를 뽑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초점을 맞춰야 해서"야. 이거 없으면 초점 맞추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거든.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고 말이지. 
아무튼 장마가 계속되니 계속 돈 쓸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아이패드가 너무 느려져서 바꿔야 하는데도 아이패드 구입을 미루고 필터휠이랑 필터를 갖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야. 

잘 모르겠어. 내가 얼마나 이 취미에 목숨을 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는 동안은 재미있으니까. 아마... 더 이상 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 포기하거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망원경이나 가대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그만둘지도 모르지 뭐. 하지만 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해보려고. 왜? 그냥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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