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사진도 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제 아침에 잠시 인터넷을 뒤지다 재미있는 것을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냥 보셔도 이해가 되겠지만, TA-80이라는 굴절 망원경을 한번에 네 대 설치하고 카메라도 네 대 연결해서 촬영할 수 있게 나온 장비입니다. 장점은 하나의 대상을 한꺼번에 네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니 원한다면 LRGB 필터 전체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두 같은 같은 필터를 사용한다면 남들이 시간을 쪼개 촬영하는 동안 이걸 가진 사람은 네 배의 시간을 촬영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지요. 말 그대로 x4의 위력입니다. 
종종 말씀드렸지만 천체사진에서 총 노출시간은 깡패입니다. 광해가 있든 뭐가 있든간에 일단 노출시간이 길면 SNR이 증가해서 질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지요. 아마 제작사는 연구소 같이 비용보다는 효과를 중요시하는 곳에 납품하기 위해 만든 것 같은데 만약 일반인이 이걸 장비한다면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IT 분야도 병렬 컴퓨팅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엄청난 연산속도를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도 최근의 추세는 "극도로 빠른 하나의 컴퓨터 보다는 적당히 빠른 엄청난 수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해 이용하자"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는 하나의 극초고속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워낙 어렵고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이미 인텔이나 AMD같은 CPU 제조사의 일반 CPU가 과거 기준의 슈퍼컴퓨터 사양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적 병렬처리의 근간이 마련되어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최근 추세는 이런 식으로 
수십만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병렬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병렬처리의 바람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취미라고 해도, 비슷한 장비와 비슷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협업해서 병렬촬영을 하면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제가 아는 한에는 상당수의 천체사진 취미인들이 비슷한 장비를 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종국에 타카하시 굴절경통으로 모이고 카메라 역시 ZWO로 모이고 있으니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뭐 능력이 된다면 짬짬히 자기 사진을 찍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같이 모여 촬영을 한다면 아주 높은 SNR의 사진(초 장시간 노출)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만약 이게 안된다면... 하다못해 자기가 찍은 사진의 RAW 이미지를 클라우드에 모여 같이 이용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천체사진의 파일(.fits 입니다)에는 촬영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사용하려는 분들은 취사선택이 가능하니까요. 

아마...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카페나 동호회 단위로 멋진 인생사진을 제공하는 시기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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